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 양준일
1990년대 초반에 이렇게 세련된 감각을 자랑하는 인물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활동 당시 양준일은 의외로 방송가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가 선보였던 자작곡들은 당시 팝의 고장인 미국에서 한창 유행 중이었던 뉴잭스윙, 하우스 장르에 속하는 것이었다. 발라드나 트로트가 대세였던 당시의 가요계 상황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질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영어가 주를 이루는 가사 역시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기준으로는 세련된 양준일의 스타일도 1990년대 초반 대중들의 눈에는 다소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은근한 배척을 당하며 연예 활동을 이어오던 양준일에게 연예계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던 그는 비자 문제로 6개월에 한 번씩 출입국관리소에 국내 활동을 허하는 스탬프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출입국관리소의 담당자가 돌연 “너 같은 인물이 한국에 있는 게 싫다”라면서 스탬프를 찍어 주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에 양준일은 어쩔 수 없이 미국행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2001년, V2로서 다시 한번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지만 그때엔 악덕 소속사가 발목을 잡았다. 재능과 매력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았던 셈이다.
<슈가맨>이 불러온 나비 효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양준일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자, 방송가에서도 반응이 왔다. 몇몇 예능프로그램에서 양준일이 퀴즈의 정답 등으로 등장하는가 싶더니,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서 그를 본격 섭외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슈가송 ‘리베카’와 함께 등장한 그는 50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양준일의 곧고 순수한 성품 역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활동 내내 차별을 겪어야 했고, 타의에 의해 부당하게 방송을 접어야 했음에도 그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네 뜻대로 이뤄지는 게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걱정 마라. 모든 건 결국 완벽하게 이뤄지게 될 거다”라며 20대의 자신에게 전했던 위로의 말 역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연예인들의 연예인
느닷없이 불어닥친 양준일 열풍과 함께 ‘팬 인증’을 하는 스타들도 늘어났다. 과거 터보로 활동했던 김정남과 가수 김완선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그를 “시대를 앞서간 천재”라며 극찬했다. 배우 김희선은 자신의 SNS에 양준일과 함께 찍은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나의 우상 양준일님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코미디언 김숙 역시 양준일이 재조명되기 한참 전인 2015년, JTBC의 <최고의 사랑>을 통해 양준일의 팬임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외에도 영화감독 오인천과 방송인 유재환 등이 양준일의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양준일의 근황은?
소속사 문제로 V2로서의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일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는 양준일. 연예계 활동을 완전히 접은 이후에는 미국으로 돌아가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했을 당시 직접 밝힌 그의 근황은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주 이상 일을 쉬면 월세 내기가 힘들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상당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듯하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지난 12월 25일에는 JTBC의 <뉴스룸>에 출연하여 손석희 사장과 대면했다. 출연 당시 양준일은 손석희 사장의 <앵커 브리핑>에 감동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12월 31일에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팬미팅을 가졌다. 해당 행사는 티켓팅을 시작한 지 단 2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어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각종 방송 및 광고 등, 양준일을 찾는 곳은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들뜰 만도 하지만, 양준일은 “아빠이자 남편으로 하루하루 겸손하게 살아가고 싶다”라는 것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진정성 넘치는 인터뷰와 넘치는 끼 때문일까?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양준일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으로 보인다. 이에 오랜 시간 양준일을 기다려왔던 팬들은 그의 한국 활동을 크게 기대하고 있으며, 양준일 또한 한국에 와서 다시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로 불리고 있는 양준일, 뒤늦게 찾아온 그의 전성기가 이번에는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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